# 여전히 2일차
흐라프라이넷의 에어비앤비 숙소에 도착한건 3시 30분. 숙소는 예쁜 정원이 딸린 오래된 주택이었다. 바닥은 나무로된 마루바닥이라 걸을때마다 삐걱소리가 낫지만, 관리가 잘되서 그런지 고풍스런 느낌이 참 좋았다.
일단, 주인 내외와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다음날 아침에 갈 예정이었던 황폐한 계곡 Valley of Desolation, 밸리 오브 데솔레이션에 대해 물어봤다. 그런데, 숙소에서에서 5분이면 갈수 있고, 전체 둘러보는데 1시간정도밖에 안걸린단다. 그래? 그럼 지금가도 될까? 하고 물어보니 괜찮을 거란다. 솔직히 아침식사를 한 이후로 한끼도 먹지 않은터라 배가 출출하긴했지만, 내일 일정을 여유롭게 만드려면 미리 다녀오는게 좋을듯 싶었다. 물어보는김에 주변에 괜찮은 식당도 물어봤다. 숙소에서 두블럭정도 위에 있는 폴카 Polka가 괜찮단다. 오키도키!
전체적인 계획을 다시 짰다. 일단, 밸리 오브 데솔레이션을 갔다가 내려와서 바로 폴카에 들러 식사를 하기로 했다. 주인아저씨한테 가는길을 물어봤다. 지나왔단 N9 고속도로가 아니라 집에서 나와서 댐뒷쪽으로 가는길이 있단다. 그길을 따라 5분정도만 가면 된다고 했다. 아래 지도에서 보면 우리는 캄데부 국립공원 정문이 있는 N9 고속도로를 지나서 왔는데, 그쪽길로 가는게 아니라 R63 도로를 따라 응쿠웨바 Nqweba 댐의 뒷쪽길로 해서 가면 밸리 오브 데솔레이션이 있는 것이다. 일단, 우리는 바로 출발을 했다.
숙소에서 나와 R63을 따라서 가니 실제로는 약 10분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서야 입구가 나왔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캄데부 국립공원의 일부이다. 게이트앞에서는 입장하기에 앞서 양식에 정보를 적고, 외국인은 1인당 R100란드 우리나라돈으로 약 9000원정도의 비용을 지불한다. 하루의 입장료이기때문에, 일단 한번 비용을 내면 당일에는 캄데부 국립공원내의 다른 곳을 가더라도 추가적으로 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 원하면 평원에서 게임드라이브 (사파리)를 해도 무방하다. 단, 일부 트레일은 사륜구동차가 있어야 함으로 (물론, 대부분의 게임드라이브는 오프로드다) 주의하자.

입구를 지나니 조금 넓은 1차선 도로가 쭈욱 이어진다. 입구까지 10분정도면 가깝네라고 생각했지만, 거기서부터도 생각보다 한참 올라간다. 약 15분이상을 올라가다보니, 밸리에 못미쳐 전망대 같은게 있었다. 지지편자 Toposcope가 있는 전망대인데, 흐라프 라이넷 전경이 보이는 곳이었다. 그 뷰가 말할 것없이 좋았다.


이 전망대에서는 흐라프 라이넷 전경과 저멀리 캄데부 국립공원까지 모두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런 뷰를 좋아하는데, 눈에 막히는 것없이 정말 탁 트인 전망에, 저렇게 평야에 혼자 우뚝 우뚝 솟은 산들이 참 멋들어지게 보인다. 예전에 갔던 탄자니아의 루쇼토와 맘보뷰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있었는데, 마찬가지 이유로 눈이 참 시원한 풍경들이었다.

전망대까지 살짝 가파르다. 저기 보이는 계단만큼 또 위로 올라가면 된다. 왼쪽편 뒤로 나있는 길이 밸리 오브 데솔레이션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이 입구에서부터 올라온 길이다.

스판다우콥 산은 마치 케이프타운의 라이언스헤드와 비슷하다. 라이언스헤드를 처음 봤을때는 참 기묘한 모양이다 싶었는데, 비슷한 형태가 이곳에도 있었다. 한번 비교해보자. 좀 비슷하지 않은가 했는데, 이렇게 두개 붙여 놓아보니 좀 다른것 같기도 하네 -_-;;;;


주변풍경을 구경하고나서 이제 벨리로 가본다. 밑에 주차장에 차를 놓고 트래킹을 할수 있도록 코스가 되어 있다. 입구에 밸리오브 데솔레이션 표지판이 있다. 이 왼쪽 편으로 220미터정도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다고 한다.
밸리를 보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밸리와 윈도우 뷰포인트, 그리고 더키친을 거쳐 내려오는 짧은길과 Crag Lizard Trail을 통해서 반대편의 캄데뷰 국립공원 전체를 조망하면서 돌아내려오는 하이킹 코스가 그것이다. 시간이 있다면 후자를, 시간이 없으면 전자가 좋다.

제일 먼저 우리가 오른 곳은 위 지도에서 2번의 뷰포인트. 올라가니 끝없이 펼쳐진 평원으로 눈이 시원해진다.

근데? 가만보니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알고보니 이 밸리에서 보는 일몰이 그렇게 아름답단다. 공원은 7시에 닫지만, 그전에 해가 지기에 다들 음식이며 술이며 가지고 와서 맥주한병 손에들고 풍경을 감상하다가 해가지면 일몰까지 보고 내려간다고 한다. 정보가 없었던 우리는 아쉽게도 그냥 올라왔지만, 다음번엔 꼭 맥주한병씩 손에 들고와서 먹고 가기로 약속했다.

밸리오브 데솔레이션을 검색하면 늘 나오는 대표적인 풍경이다. 기암들이 길게 늘어져 있는데, 그 뒤로는 끝없는 평원이 있다. 저뒤가 바로 캄데부 국립공원이고, 차만 있다면 바로 가서 사파리를 즐길수 있는 곳이다. 사진만으로는 그 감동을 표현할수 없지만, 시야에 걸리는게 없기에 수십킬로미터까지 깨끗하게 보이는게 정말 눈이 시원상쾌해진다. 우리가 간날이 특히나 맑기도 했거니와 적절하게 구름이 있어서 더 예뻐보였다. 도착한 시간이 5시경이었는데, 벌써 해가 조금씩 넘어가려고해서 바위들이 점점 붉게 물들어갔다.
위에 지도의 (2)에서 (3)까지 중간중간 바위에서 사람들이 자리를 깔고 앉아서 눈이 시원한 풍광을 안주삼아 피크닉을 즐기는게 그렇게 여유로와 보일수 없었다. 다음번에 여기에 올때는 우리도 꼭 음식과 맥주를 싸가지고 오기로 했다. 특히, 지금 시즌(4월말)이 겨울로 가는 길목이라 많이 덥지도 않으면서 벌레도 적어서 피크닉을 즐기기엔 딱인것 같다.
저멀리 보이는 평원이 Great Karoo다. 저 밑의 하얀점이 사파리를 즐기는 차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해가 뉘엇뉘엇 넘어가기 시작한다.
좀 둘러보다보니 시간은 벌써 5시반, Crag Lizard Trail로 하이킹을 하면서 구경을 하고 싶었지만, 어두워지면 위험해질 것 같기도 하고, 일단 배가 너무 고팠다. 아침 8시에 식사한 이후 소소하게 군것질을 한것 빼고는 먹은게 없었다. 진흘레와 상의하에 바로 내려가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자이언트 플래그도 들렀는데, 이에 대한 설명은 진흘레의 포스팅을 참고하시길… 여기를 클릭하자.
하지만, 내려가다보니 노을진 모습이 너무 예뻤다. 아까 지지편자가 있던 전망대에 올라가서 사진을 몇장 더 찍었다.



해가 지니 내려가는길이 많이 어두웠다. 차를 가지고 간다면 반드시 라이트를 켜고 안전운전을 하자.
솔직히 이번 여행 전체를 놓고 봤을때 밸리오브 데솔레이션이 Top 3 안에 든다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개인적인 취향탓도 있긴 하겠지만, 이렇게 탁트인 뷰를 보기가 참 쉽지 않다. 올라가는 순간 그간의 여러가지 스트레스가 싹다 날라갈 것이다. 번잡하지 않고, 접근성도 상당히 좋다. 전망대 바로 밑에까지 차로 갈수 있으니 말이다. 거기에 올라가면 정말 어디에서도 볼수 없는 ‘눈이 시원한 풍광‘이 펼쳐지는 이 감동은 어디에서도 맛볼수 없을 것같다. 꼭 한번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개인적으로 이와 비슷했던건 탄자니아의 루쇼토와 맘보뷰였다. 다만, 거기는 올라가는 길이 비포장이라 접근성이 좋지 않았다. 루쇼토의 이렌테뷰포인트까지는 타운에서 한시간 가량, 맘보뷰는 루쇼토 타운에서 약 3시간가량 비포장으로 달려야 한다. 물론, 가는길의 빌리지 풍경이 좋긴하나,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참 쉽지 않은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