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Polka에서 식사를… 그리고 잠시 둘러본 흐라프라이넷
밸리오브 데솔레이션에서 내려오니 이미 해는 지고, 어둑해졌다. 배가 너무 고파서 바로 식당으로 고고!!
아까 BnB에서 추천받았던 Polka 레스토랑으로 갔다. 작은 마을의 좋은 점이라면 길가 어디든 주차를 맘대로 할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더반에만 봐도 길거리 주차하려면 주차권을 끊어서 차앞에 놓아야 하는데, 여기는 그런거 없다.
식당앞에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선 작아보였는데, 상당히 큰 공간이 나오고,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테이블만 20~30개 되 보이는데, 실내뿐만 아니라 실외에도 테이블이 있었다. 실내에는 자리가 없어서 실외쪽으로 앉았다.
테이블위에 촛불이 켜지고, 조금은 어둡지만 운치있는 분위기다. 우리 주변으로 테이블이 한 10개정도 있었는데, 다들 조곤조곤 수다를 떤다.
우리는 리조또와 시푸드 플래터와 오리고기를 주문했다. 오늘 하루종일 커피를 못마셨던 진흘레는 카페인 보충을 위해 커피도 시켰다.
손님이 많아서일까? 음식이 나오는데는 확실히 시간이 걸렸다. 1시간 정도? 배는 점점 더 고파왔지만, 그래도 분위기에, 그날 다녀왔던 밸리오브 데솔레이션에서의 흥분에,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지루하진 않았다.
“다음번에 갈땐 꼭 맥주한병 가지고 올라가서 일몰을 꼭 보고 내려오자”
다짐하면서 오늘의 아쉬움을 상기하고, 내일의 계획도 이야기했다.
그 와중에 음식이 나왔다. 음식의 퀄리티가 상상했던것보다 좋았다. 사진은 배가 고픈 나머지 이미 좀 먹은 상태에서 찍었다. 뭐 아침먹고 첫끼다보니 -_-;;;
“바닷가 앞인 더반보다 시푸드가 훨 더 나은데? 어떻게 이럴수 있지?”
더반에서 시푸드 플래터를 시키면 보통 꼴뚜기 크기의 오징어 몸통 구운것과 중하정도 크기의 새우가 나오는데, 대체로 맛이 그다지 없다. 새우의 경우 좀 퍽퍽하달까… 하지만, 여기는 새우도 탱글탱글하고, 오징어의 퀄리티도 좋았다. 오리고기는 가슴살인듯 했는데, 뻑뻑하지 않고 부드러웠다.
다른것보다도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버섯리조또였다. 스타터에 있는 메뉴였는데, 밥류가 살짝 땡겼던지라 시켜봤다. 크림베이스로 만든 리조또였는데, 많이 짜지도 않은 것이 입에 쫙쫙 붙는 맛이었다. 뭐랄까 고소하면서도 짭조름한 죽을 먹는 느낌? 배고픈 우리의 속을 이 리조또가 잘 달래주는 듯 싶었다.
혹시나 하고 Polka의 구글 리뷰를 찾아 보니 확실히 평이 좋았다. 서비스가 느린 점은 좀 불만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맥주나 차를 한잔하면서 수다와 함께 기다린다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듯 싶다. 가끔은 한국의 ‘빨리 빨리’ 문화에서 벗어나 여유를 즐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나…

여기를 소개해준 BnB 주인장한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덕분에 맛있는 음식으로 허기도 달래고, 분위기있는 장소에서 두런두런 둘이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틀째의 여행이지만, 둘이서 이야기할 거리가 참 많았다. 어제의 1,100 킬로미터 주행은 두고두고 둘이서 이야기할 소재가 될 것이 분명했다. 물론, 앞으로 과연 다시 이렇게 주행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나름 뭔가 큰 성취를 이룬 것 같아서 뿌듯함(??)도 생기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전날 잠만 충분히 잤어도 그렇게 피곤하진 않았을꺼다. 정말 2시간이나 잤을까… 그 상태에서 12시간 가까이 운전하는게 그렇게 힘들지 몰랐다.
“다음에는 절대 이렇게 무리하게 일정 잡지 말자”
라고 둘이서 다짐했다. 하지만, 언젠가 또 해야할 상황이라면… 하게 되겠지 😉
600여 킬로미터를 달려가서 19대 대선 투표를 한 것도 하나의 추억이 될 듯 싶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이번 대선에 대한 이야기는 빠지지 않았다. 부디 우리의 한표가 작으나마 도움이 되길 바랄뿐이다.
힘든 자동차 여행이지만, 오늘 다녀왔던 밸리 오브 데솔레이션 만으로도 솔직히 그 힘듬이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라, 주 화제는 밸리였다. 가기전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서 찾을 수 있었던 정보는 사진이랑 간단한 소개글정도였고, 자세한 정보는 찾기 힘들었다. 구글맵에서 봐도 길이 명확하게 나와있지 않아, 솔직히 기대를 많이 안했었다.

하지만, 멀리로 보이는 지평선과 병풍같이 멋드러지게 늘어선 기암들은 엄청난 감동을 선사했다. 진흘레와 나는 여기를 다녀 온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이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한 2시간 정도가 넘는 시간의 저녁식사를 마쳤다. 맛있게 먹었던 탓일까? 왠지 기분도 좋고, 숙소로 돌아가서 푹 쉴수가 있었다. 이렇게 2일차가 끝났다.
#3일차가 시작됐다.
갑자기 은행에 갈 일이 생겼다. 더반집 렌트비를 이체해야하는데, EAP(Electronic Account Payment) Limit이 제로라 송금을 할 수가 없었다. 안드로이드 앱으로, 웹으로도 다 해봤지만 실패… 결국엔 은행을 가야만 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Standard bank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럼 걸어가볼까?
자동차로 다니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걷는게 거리풍경을 꼼꼼하게 볼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진흘레와 걸어나와서 시내로 향했다…라고 하지만, 시골타운인지라 시내가 크지 않다. 도보로 10분정도 거리에 은행이 있었다.
확인해보니 지난번 설정했던 Limit이 초기화됐단다. 임시로 설정된 것이라, 매달 말일이 되면 자동적으로 초기화가 되는데, 이번엔 Permanent로 설정해달라고 부탁했다. 한도를 변경한 후 무사히 집 렌트비를 송금했다. 이제 맘놓고 다녀도 되겠다. 은행을 나와서 잠깐 둘러본 흐라프라이넷 시내는 참 예뻤다. 유럽의 지방소도시같은 느낌이다.
웬만한 유럽 소도시에는 늘 그렇듯이, 흐라프라이넷 시내의 중앙에도 큰 교회가 자리잡고 있다. 네덜란드계 이주민들이 만든 도시인 만큼 네덜란드 개혁 교회라는 이름의 건물이다. 맑은 하늘 덕분인지 높이 솟은 첨탑이 더욱 더 높아보였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다보니 더욱 그런듯 싶다.

번잡하지 않은 시내를 조금 걷다보니 배가 살짝 고파졌다. 아침을 어디서 먹을까 하다가, 어제 갔던 Polka를 다시 가기로 했다. 조금 이른 시간인 8시반정도라, 론리 플래닛에 나온 시내의 다른 식당들은 아직 열지를 않았다. 뭐니뭐니해도 안전한게 최고!! 오늘의 다음일정을 위해서라도 식당찾는데 시간을 허비할 수 없었다.
어제는 밤이라 잘 보이지 않았지만, 폴카레스토랑의 입구는 이렇게 생겼다.

테이블에 앉아 커피와 아침을 시켰다.
어제는 저 뒤의 창문 너머 밖에서 식사를 했는데, 오늘은 실내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깔끔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역시나 Breakfast도 실망을 시키지 않았다. 오믈렛은 팬에 담겨 나왔고, 토스트는 끼얹어진 소스, 그리고 샐러드와 함께 나왔다. 맛 역시 좋았다. 왠지 오늘 하루 든든하게 출발할 수 있는 기분이 들었다.
여유롭게 식사를 하고 10시쯤 다음의 목적지로 출발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