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소로 가는 길..
프란스훅에서 우리의 숙소 빌리어스도르프까지는 40키로 정도 떨어져있는데, 숙소로 가는 오르막 산길을 오르니 프란스훅 마을 전경이 내려다 보인다.
틴들 현상으로 구름 사이로 햇빛이 쏟아지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잠시 갓길에 차를 세운다.
오늘 하루종일 구름낀 날씨가 살짝 아쉬웠는데, 구름 덕분에 이런 멋진 풍경을 보게 되다니!
오늘 하루를 보상해주는 듯한 멋진 빛줄기 한 방도 충분히 감상하고,
다시 차에 올라서 조금 달리자 마자 도로위에 자리잡은 바분들 덕에 잠시 차를 또 세웠다.
언니들에게 도로에 나와있는 바분들이 신기했을 터,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을 찍으려 하기에, 바분들 성깔이 꽤나 터프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거리를 유지하라는 조언을 남긴 뒤, 나도 멀찍이서 줌을 살짝 댕겨 사진을 찍었다.
도로에서 쉬는건지 노는건지 아무튼 바분 한 가족으로 추정되는 녀석들을 뒤로하고, 우리의 숙소를 향해 다시 고고!!
.
.
#. 빌리어스도르프 Villiersdorp 도착!!
빌리어스도르프는 스텔렌보쉬나 프란스훅만큼 많이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이번 여행지 루트에 넣었던 이유가, 숙박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프란스훅쪽에 숙소를 잡으려고 했으나 우리가 찾았던 시기가 노동절 공휴일이 껴서 대부분 숙소에서 2틀 이상 묵는 숙박객을 원했고, 몇몇 숙박 호스트에게 까임을 당한 뒤,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찾다가 1박만 묵는 우리를 받아준 곳이 바로 빌리어스도르프에 있던 숙소 였다. 구글맵에도 나오지 않는 곳이라 사실 예약하기 전, 걱정을 살짝 했다. 사기는 아니겠지.. 라며! 숙소 이름도 ‘핑크 레이디 Pink Lady’ 였는데, 제대로 된 정보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가 남아공 자체 숙박 업체 시설 예약해주는 사이트에서 정보를 확인한 뒤, 실재 존재하는 숙소임을 확인하고 예약을 했다. 일단은 호스트가 설명해준 대로 달려본다. 왼편에 ‘코피스 Koppies’ 라는 간판이 나오면 우회전을 해서 1.8키로를 들어오라고 했기에, 코피스 라는 안내판이 보이자마자 급하게 우회전을 한 뒤, 숙소를 찾았다. 조금 늦어서 해가 졌다면 안내판을 놓쳤을 거 같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도착한 것이 정말 다행이다.
빌리어스도르프! 이 마을도 꽤 역사가 깊다. 처음 이 마을의 이름이 빌리어스도르프로 명명된 것이 1843년이다. 당시 땅 주인이자 농부였던, 피터 드 빌리어스 Pieter de Villiers 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빌리어스도르프는 유명한 농업지역인데, 사과, 배, 살구 등 과일로 유명하고, 포도도 물론 재배가 되어 몇몇 와이너리도 있어서 마을 곳곳에서 포도밭이나 과수원등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카놀라도 많이 재배가 된다.
처음에 크게 기대하지 않고 갔던 빌리어스도르프 마을이었지만, 번잡한 도심을 떠나서 정말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주말을 머물기를 원한다면 여기가 딱이지 않을까 싶다.
아주 작았던 ‘핑크레이디’ 간판! 해가 졌다면 절대 보이지 않았을 듯한 사이즈!
우리가 운이 좋았던 건지 이 날도, 다른 게스트가 없어서 저 큰 집을 우리 4명 일행이서 썼다.
핑크레이디 숙소 바로 옆에는 아주 작은 구멍가게 수준의 탄산 음료 정도는 살 수 있는 슈퍼 겸 카페가 있다.
도착해서, 숙소의 호스트 맥스에게 연락을 하니, 맥스의 친구가 왔다. 맥스의 친구가 열쇠를 주고, 오늘의 게스트는 우리밖에 없으니 방은 아무거나 쓰라고 하며 설명을 해준 뒤, 떠났다. 맥스의 친구가 떠난 자리에 이집의 진정한 호스트로 우리를 안내하고 우리가 스테이 하는 동안 함께 해준 녀석들이 있는데, 원래 옆집에 산다는 고양이와 개였다. 사실 옆 집은 유기견 보호센터였는데, 이 녀석들은 희한하게 그쪽에 있길 거부하고, 항상 이 집으로 와서 있는걸 좋아한다고 했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던 개냥이같은 고양이와 먼저 다가오진 않지만 바라만 봐도 좋다고 꼬리치던 얌전한 개!
우리는 도착한 저녁에 미리 장을 봐둔 맥주와 소등심과 돼지목살로 브라이를 해먹었다.
저 지붕 끝에 앉아있던 오리들은 처음에 동상이겠거니 했다가 움직일때 완전 깜놀했다.
내 기억에는 없는데, 시포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도 나무로 된 전봇대가 과거 많았다고 한다.
솔직히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빌리어스도르프였는데, 이 마을이 주는 고즈넉한 청정 분위기에 완전 반했다. 책 몇권 들고 와서 시간을 잊고 며칠을 지내면 너무 좋을거 같다. 현실적으로 여기에서 완전히 산다면, 밭에 농사짓고 집관리하느라 하루하루가 바쁠거고.. 잠깐의 이방인으로서 잠시 머물다 가는게 더 행복하겠지 하는 생각.. 그리고 짧았지만 잠시의 그 체험을 할 수 있던 시간이 너무 행복했고 소중했다. 우리 모두는 떠나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워졌다.결국 다음날 원래 계획했던 일정보다 늦게 출발을 했다. 빌리어스도르프가 붙잡아준 시간을 최대한 마음에 담고 우리는 케이프 아굴라스로 떠난다.
이전글 보기
- 제11장 – 레퍼스 립 Leopard’s Leap 와이너리, 프란스훅 Franschhoek
- 제10장 – 블라우클리펀 패밀리 마켓 Blaauwklippen Family Market in 스텔렌보쉬 Stellenbosch
- 제9장 – 테이블산 Table Mountain, 라이온스 헤드 Lion’s Head
- 제8장 – 케이프타운 Cape Town 으로 가는 길 .. 그리고 도착!
- 제7장 – 프린스 앨버트 Prince Albert
- 제6장 – 보포트 웨스트 Beaufort west
- 제5장 – 카루 국립공원 Karoo National Park
- 제4장 – 흐라프 레이넷 Graaff – Reinet
- 제3장 – 밸리 오브 데솔레이션 Valley of Desolation
- 제2장 – 블룸폰테인 Bleomfontein
- 제1장 – Run N R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