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공휴일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남아공 인종차별)가 종식된 이후, 1994년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이끄는 ANC(African National Congress)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과거의 역사적 의미를 담은 날들고 개정되었습니다. 남아공 공휴일 법에 따라, 공휴일이 일요일이면, 그 다음날 월요일날이 공휴일이 됩니다. 2015년 올해는, 8월 9일 ‘여성의 날’이 일요일과 겹치면서 8월 10일이 공휴일이 됩니다.
그럼 각 공휴일별 그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3월 21일 : Human Rights Day (인권의 날)
1960년 3월 21일, 당시 요하네스버그 남서쪽 샤프빌(Sharpeville) 지역에서 통행법(Pass Laws)에 반대 하는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당시 시위에 참여한 주민 69명이 죽고, 2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부상을 당하였습니다. 당시 통행법은, 남아공 백인정부가 흑인에 대한 신분증 소지를 의무화 시킨 인종차별법입니다. 흑인은 물론 유색인종은 그들에게 지정된 구역을 벗어날 때 항상 신분증인 ‘통행권’을 소지하고 있어야 하며, 백인은 흑인들에게 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할 수 있고, 거부할 시 흑인은 체포당했습니다. 이 통행법에 반대하는 수천명의 흑인들은 빈손으로,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고,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았으니 체포해가시오. 하며 시위를 이어갔었습니다. 백인 경찰은 빈손이었던 그들을 향해 발포 명령을 내렸고 총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시위를 진압한 4일뒤 남아공 백인 정부는 흑인 정치단체 조직을 금지하는 법령과 함께 많은 흑인 정치 지도자들을 감금 또는 추방시켰습니다. 샤프빌 학살은 세계 각국의 헤드라인으로 기사화되었고, 흑인 독립운동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1994년 남아공에서는 다시는 과거의 아픔이 재현되지 않기를 기념하며 이 날을 인권의 날로 지정하였습니다.
4월 27일 : Freedom Day (자유의 날)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된 후, 처음으로 민주주의 선거를 시행한 날입니다. 인종에 상관없이 모든 18세 이상의 성인들은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었고, ANC(African National Congress)가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남아공 최초의 평등 선거 실시 후 5월 10일,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5월 1일 : Worker’s Day (근로자의 날)
세계 80여개가 넘는 국가에서 이 날을 근로자의 날로 지정하여 기념합니다. 노동자의 권익과 복지의 향상을 위해 제정한 날로, 남아공 역시 노동조합의 자유의 투쟁을 기념합니다.
6월 16일 : Youth Day (청소년의 날)
1976년 요하네스버그 소웨토(Soweto)지역에서 학생들이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이유는 교육과정에 아프리칸스어(Afrikaans, 네덜란드 출신 이주민들이 쓰는 언어)를 강제로 가르치고, 강의에서 아프리칸스나 영어만을 사용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사회학이나 수학과목은 아프리칸스어로, 기타 다른 과학 과목들은 영어로 가르치게 하였고, 토착어의 사용을 금지하면서 학생들은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이후 남아공 전역에서 8개월간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남아공은 이 때 희생당한 젊은 학생들을 기리며 청소년의 날을 지정하였습니다.
8월 9일 : National Women’s Day (여성의 날)
1956년 8월 9일, 남아공 프리토리아(Pretoria) 유니언 빌딩(Union Building)에서 대규모 행진이 벌어졌습니다. 약 2만여 흑인여성들은 통행증 제도를 반대하며 대규모 시위를 하였습니다. 통행증 제도란, 위의 인권의 날에서도 간단히 설명했듯이, 남아공 백인 정부는 흑인 남성들에게 통행권과 같은 거주지, 직업 등이 명시된 신분증을 발급하였는데, 이는 흑인들의 거주지 이외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불가하게 만든 제도입니다. 남아공 정부가 이 제도를 흑인 여성에게까지 확대 적용하려하자, 이에 대항하기 위해 일어난 것입니다. 여성의 날은 여성들의 자유를 위한 사회의 공헌과 여성들의 성과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9월 24일 : Heritage Day (유산의 날)
남아공 국회에서 공휴일을 지정할 당시, 잉카타 자유당(Inkatha Freedom Party, 줄루족 중심)은 이 날을 전설의 줄루족의 왕, ‘샤카(Shaka)의 날’로 지정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절충하여 이름을 바꿔 ‘유산의 날’로 지정하게 되었습니다. 유산의 날은 남아공의 다양한 인종의 문화와 전통과, 그들의 다양성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남아공에서 유산의 날은 ‘브라이(braai, 바베큐)의 날’로도 알려져있는데, 이 날은 집집마다 브라이를 굽는 연기로 가득찹니다. 뿐만 아니라, 공연, 댄스, 음식, 게임 등 여러 이벤트도 진행됩니다.
12월 16일 : Day of Reconciliation (화해의 날)
아프리카너(Afrikaner, 남아공 네덜란드 이민자를 중심으로한 백인)에게는 이 날은 그 의미가 중요한 날입니다. 1838년 푸어르트렉커(Voortrekker, 백인 이주민, 개척자)가 딩가네(Dingane)가 이끄는 줄루족(Zulu)과의 ‘피의 강 전쟁(Battle of Blood River)’에서 대승을 거둔 날입니다. 이 전쟁의 승리로 아프리카너 백인들은 남아공 땅에서 그들의 정체성과 문화를 온전히 보존하고 발전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백인정권 시절 12월 16일은 서약의 날(Day of the Vow)이었습니다. 이 날은 또한, 1961년, ANC(현재 집권여당)가 인종차별에 대한 정부를 전복 시키려 무장투쟁 조직이 결성된 날입니다.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된 이후, 이 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데 많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흑인 입장에서는 전쟁에서 패한 아픈 역사이니, 이 날을 기억한다는 것이 달갑지 않았겠죠. 여기서 만델라는 백인들의 전통을 이어나가면서 모두 함께 축하할 수 있는 날로, 이름을 ‘화해의 날(Reconciliation Day)’로 바꾸었습니다. 과거의 분쟁을 와해하며 새로운 남아공을 만들어 나아가고자 하는 기념일입니다.
♣ 남아공 내 국가 공휴일 지정에는 실패했지만, 7월 18일은 만델라의 날 (Mandela Day)입니다. 2009년 11월 UN에서도 이 날을 국제 넬슨 만델라의 날로 선포했습니다. 이 날은 넬슨 만델라의 생일, 7월 18일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넬슨 만델라는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1994년부터 1999년까지 재임하였습니다. 2009년 6월 3일, 현 제이콥 주마의 국정 연설에서 이 날을 만델라의 날로 지정하여, 만델라의 날 하루 67분 동안 지역사회, 타인을 위해 시간을 보내자는 취지가 있습니다. 이는 만델라가 인권을 위해 투쟁하며 살아온 시간이 67년이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