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라프 레이넷 도착!
블룸폰테인에서 출발하기 전, 흐라프 레이넷에 예약해 놓은 숙소의 호스트 ‘샌디’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 몇 시에 도착 예정인지 알려줄 수 있니? 혹시 도착 예정시간을 안다면 그때 대문 게이트를 열어놓을게’
문자를 받고 너무 놀라웠다. 한국과 비교해서 남아공 치안은 악명이 높다.
남아공에서 거의 5년째 생활 중인데, 대문 게이트 열어놓겠다는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얼마나 안전한 동네이기에 대문을 활짝 열어놓겠다는건가.. 기대감이 높아졌다.
바로 구글맵을 켠 뒤, 도착예정시간을 확인한 뒤, 답을 보냈다.
‘오후 3시 반 정도에 도착할 수 있을 거 같은데, 혹시 더 늦어지면 다시 연락을 할게.’
그리고 우리는 정말 오후 3시 30분에 정확히 도착했고 (Thanks to google map), 게이트는 활짝 열려있었다.
나는 정말 열려져있던 게이트가 놀라웠고, 샌디는 이야기한 시간에서 1분도 늦지않고 제시간에 도착한 우리를 놀라워했다.
샌디네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밸리 오브 데솔레이션 Valley of Desolation’ 은 지금 가도 늦지 않게 가서 구경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시포와 나는 바로 밸리 오브 데솔레이션으로 향했다.
.
.
#. Valley of Desolation
한국어로 직역하자면 ‘황폐한 계곡’이라는 이름의, ‘밸리 오브 데솔레이션 Valley of Desolation’ !!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곳 중 에 하나였다.
밸리 오브 데솔레이션에서는 약 1억년 전부터 화산 침식 작용으로 형성된, 바닥에서 약 120미터 높이로 수직으로 서 있는 어마무시한 돌기둥들의 장관을 볼 수 있다. 그 지질학적 중요성과 경관의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1939년 12월 22일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숙소에서 자동차로 10여분 떨어진 곳에 위치해서, 금방 도착했다.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고, 입장료는 외국인은 1인 성인기준 100란드이지만, 우리는 학생이라 레지던트비를 적용받아 1인 35란드씩 지불했다.
<밸리 오브 데솔레이션으로 들어가는 캄데부 국립공원 입구모습>
입구에서 차로 약 9키로 정도 달리면, 흐라프 레이넷 도시 전경을 볼 수 있는 지점이 나온다.
차로 300미터 정도 더 올라가면 주차장과 화장실이 나타난다.
여기에 차를 주차하고, 220여미터 걸어 올라가면 120미터 수직으로 솟은 돌기둥들을 감상할 수 있는 뷰포인트가 나온다.
갈림길이 나오면 이렇게 표지판이 나타나는데, 뷰포인트와 긴 등산로 루트맵까지 보여준다.
현장의 감동을 몇 장의 사진으로 전달하기에 역시 많이 부족하다.
솟아오른 돌기둥을 찍고 있자니, 카메라 욕심이 솟아오른다.
더 좋은 메라였다면 현장의 감동을 좀더 생생히 담아 내지 않을까..
사진으로 담지 못한 감동을 대신 눈에 담아본다.
현지 주민으로 추정되는 젊은이 일행들은 맥주를 한 병씩 들고 왔다.
절경을 안주삼아 마시는 맥주의 맛..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겠지… 정신줄을 조금만 더 놨다면 초면에 한입만 할뻔…
시간이 멈춰진 듯, 절경속에 흠뻑 취해 있던 중, 시포가 중간 안내판에서 본 긴 등산로를 끝까지 다 가보자는 제안을 한다.
그의 제안에 놓고 있던 정신줄이 금방 돌아온다.
이미 늦은 시간이고 곧 해가 저물 것이고, 그러면 위험할 수 있으니 그의 제안을 거절한다.
사실, 위험한건 둘째고 배가 너무 고프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자이언트 플랙 The Giant Flag’ 이 보인다. 남아공 국기 모양을 형상화한 덱이다.
저 덱에 앉아서 싸온 음식을 먹는 커플을 보고 있자니, 한국의 치맥이 땡긴다.
집에 앉아 티비보면서 먹어도 맛난 그 치맥을, 저기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아.. 치느님 땡겨…
치느님 생각하며 다시 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한 노부부가 손잡고 가신다.
노부부의 손잡은 뒷모습을 바라보자니 가슴이 따뜻해지며 치느님 생각이 달아난다.
예전에도 시포와 이야기한 적 있는데, 우리는 다시 한번 더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도 나이들어 지금처럼 손 꼬옥 잡고 다니자 ~ 그러자 ~
이젠 정말 해가 많이 넘어갔다. 넘어가는 해의 끝자락을 사진으로 남기며..
저녁을 먹으러 간다.